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2025년 1분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미국과 유럽의 대중국 관세 전쟁이 한국 배터리·전기차 산업에 예상보다 더 큰 기회의 문을 열어준 모양새입니다.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최대 45% 관세 부과 조치가 발효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한국 기업들은 이 틈새를 놓치지 않고 유럽 시장을 빠르게 공략하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한국 기업들의 성공 요인이었고, 이 성장세는 지속될 수 있을까요?
중국 의존도 탈피한 유럽, 한국을 ‘믿을 수 있는 동반자’로 선택
독일 경제연구소(DIW)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2024년 18%에서 2025년 1분기 11%로 급감했습니다. 반면 한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14%에서 22%로 큰 폭으로 증가했죠.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네요.
“우리는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되, 기술적 우수성과 신뢰성을 갖춘 파트너가 필요했습니다.” 브뤼셀에서 열린 ‘EU 그린 모빌리티 포럼 2025’에서 EU 집행위원회 티에리 브르통 산업담당 집행위원은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그가 말한 ‘파트너’가 바로 한국 기업들이었죠.
2025년 3월, EU는 ‘유럽 배터리 동맹(European Battery Alliance)’의 협력 파트너로 한국을 공식 지정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닌, 실질적인 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EU의 새로운 ‘배터리 패스포트’ 규제에 한국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한국 배터리 3인방, 2025년 유럽에서 생산능력 2배 확대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제2공장, 전기트럭 시장 주도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하반기에 완공된 폴란드 브로츠와프 제2공장이 2025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습니다. 연간 35GWh 규모의 추가 생산능력을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은 이제 유럽에서만 총 105GWh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상용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증설입니다. 볼보, 다임러, 스카니아 등 유럽의 주요 트럭 제조사들이 2025년부터 전기트럭 생산을 본격화함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기트럭 시장은 연평균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는 이미 유럽 상용차 시장에서 45%의 점유율을 확보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유럽 담당 부사장의 최근 인터뷰 내용입니다.
삼성SDI: 헝가리 제2공장 가동,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신설
삼성SDI는 2024년 완공된 헝가리 제2공장에서 2025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부 생산라인에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는 것입니다. 삼성SDI는 2025년 하반기부터 시범 생산을 시작해, 2026년부터는 BMW의 고급 전기차 모델에 전고체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우리의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30% 높고, 충전 속도는 40% 빠릅니다.” 삼성SDI 기술연구소장은 지난 2월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 배터리 테크 2025’에서 이같이 발표했습니다.
2025년 1분기 기준, 삼성SDI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5.2% 포인트 상승한 18.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SK온: 헝가리에 배터리 리사이클링 센터 설립
SK온은 2025년 초 헝가리 이비사(Ivancsa) 제2공장을 완공하고 시험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연간 30GWh 규모의 이 공장이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되면 SK온의 유럽 내 생산능력은 총 65GWh로 확대됩니다.
또한 SK온은 유럽 최초의 대규모 배터리 리사이클링 센터를 헝가리에 설립했습니다. “배터리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SK온 CEO는 리사이클링 센터 개소식에서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이 센터는 연간 5만 톤의 폐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유럽의 순환경제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대·기아, 2025년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 사상 첫 두 자릿수 돌파
현대자동차그룹은 2025년 1분기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점유율 10.5%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2% 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테슬라(12.1%)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습니다.
특히 기아의 ‘EV6 GT’와 현대의 ‘아이오닉 6’는 유럽 자동차 전문지 ‘오토 모토 운트 스포트’의 ‘2025 최고의 전기차’ 평가에서 각각 스포츠 부문과 세단 부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유럽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 전기차의 기술력과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된 것이죠.
현대차그룹은 또한 독일 뮌헨 인근에 위치한 ‘유럽 테크니컬 센터’의 규모를 두 배로 확장했습니다. 이 센터는 유럽 소비자들의 취향과 규제에 맞는 전기차를 개발하는 핵심 기지로, 현재 800명의 엔지니어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럽에서 유럽을 위한 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현대차 유럽법인 대표의 말처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성공의 열쇠였습니다.
한국 기업의 성공 비결, ‘기회’를 ‘성과’로 전환한 세 가지 전략
1. ‘친환경’ 넘어 ‘순환경제’ 구현
한국 기업들은 단순히 전기차나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SK온의 배터리 리사이클링 센터,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투-그리드’ 솔루션, 현대차의 폐배터리 활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는 단순한 환경보호 차원을 넘어, 유럽의 ‘배터리 규제(Battery Regulation)’와 ‘지속가능한 제품 디자인 지침’을 선제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었습니다. 실제로 유럽 소비자들의 78%는 제품 구매 시 ‘순환경제 기여도’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2. 유럽 내 가치사슬 구축
한국 기업들은 단순히 공장을 유럽에 짓는 데 그치지 않고, R&D부터 생산, 재활용까지 전체 가치사슬을 유럽 내에 구축했습니다. 이는 ‘리쇼어링’을 촉진하는 유럽의 정책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는 전략이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유럽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 강화입니다. 삼성SDI는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SK온은 스웨덴 웁살라 대학과 차세대 리튬 추출 기술을, LG에너지솔루션은 프랑스 원자력청(CEA)과 배터리 안전성 향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
한국 기업들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3사의 2024년 R&D 투자액은 총 4.2조원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러한 과감한 투자는 고효율·고안전성 배터리, 800V 플랫폼, 양방향 충전 기술 등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적 리더십을 통해 시장을 재정의하고자 합니다.” 산업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인용된 한국 배터리 업계 CEO의 말입니다.
미래 전망: 기회와 위협 요인
지속 성장을 위한 세 가지 과제
첫째, 원자재 수급 안정화입니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원재료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중요합니다. 다행히 한국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호주, 칠레, 캐나다 등 ‘친서방’ 국가들과의 자원 협력을 강화해왔습니다.
둘째, 비용 경쟁력 확보입니다. 중국 기업들의 가격 공세는 관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협적입니다. 특히 중저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 자동화와 소재 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이 필수적입니다.
셋째,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입니다. 전기차는 이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무선 업데이트(OTA) 등 소프트웨어 역량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회의 창, 항공·해운·중장비 분야
전기화의 물결은 이제 자동차를 넘어 항공, 해운, 건설장비 등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은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SAF)’ 의무 사용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으며, 소형 전기 항공기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2025년부터 항공 모빌리티용 배터리 시스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최근 발표처럼, 한국 기업들은 이미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결론: ‘위기’가 만든 ‘기회’, 그리고 ‘전략’이 만든 ‘성과’
미국과 유럽의 관세 전쟁은 분명 글로벌 무역 환경에 불확실성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한국 배터리 및 전기차 산업에게는 오히려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행운’이 아닌,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유럽 시장에 투자해온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앞으로도 글로벌 정세와 시장 환경은 계속해서 변화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감지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한국 배터리 및 전기차 산업이 보여준 ‘위기 속 기회 포착’ 능력은 다른 산업 분야에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탄탄한 기술력, 과감한 투자, 그리고 유연한 전략적 사고. 이것이 바로 한국 배터리 및 전기차 산업이 2025년 현재, 미-유럽 관세 전쟁의 최대 수혜자로 자리매김한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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