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영업자 대출 1,112조 돌파, 부실화 우려 확산

한국 자영업자들의 부채 상황이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025년 1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1112조원까지 확대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730조원이었던 자영업자 대출이 5년 사이 374조원(약 50%)이나 증가한 셈이다. 문제는 내수 부진과 소비 침체로 자영업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큰 빚을 갚아야 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들은 과연 이 거대한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까?

자영업자 빚 급증의 배경과 현황

코로나19 기간 자영업자 지원책은 대부분 금융지원 형태로 이루어졌다. 당장의 수익 감소를 대출로 메우며 버티게 한 정책이 결과적으로 자영업자의 부채 급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빚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335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코로나 이후 약 100만 명이 증가한 수치다. 전체 자영업자 중 대출이 있는 비중은 60%로, 코로나 이전 37%에서 크게 늘었다. 3명 중 2명이 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자영업자 대출 현황 (2019-2025)

구분2019년 말2025년 1분기증감액증감률
자영업자 총 대출액730조원1112조원374조원약 50%
대출 보유 자영업자 수약 235만 명335만 명100만 명42.6%
자영업자 중 대출 보유 비율37%60%23%p62.2%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낮은 수준11.7%10년 내 최고치
연체 차주 대출 잔액15조원30조원 이상15조원100%

장기 불황에 직면한 자영업 생태계

불행히도 자영업자들이 부채를 늘리는 동안 내수 시장은 계속 악화되었다. 소매 판매액 지수는 21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해 작년에 마이너스 2.2%를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199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소매 판매액 지수가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IMF 외환위기 때도 3년 연속 마이너스는 없었던 일이다.

특히 자영업자가 많이 운영하는 숙박업과 음식점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 업종의 생산지수는 2023년 초부터 22개월째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2000년 서비스업 생산지수 집계 이후 역대 최장 부진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침체가 아닌 구조적인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기도 음식점 수익성 악화 추이

경기도 시장상권진흥원의 긴급 브리프에 따르면, 경기도 음식점의 매출액 대비 식자재 및 인건비 비율이 코로나 이전 60% 미만에서 현재 70%까지 상승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2018년 20%에서 현재 5.5%로 급락했다. 이런 낮은 수익성으로는 대출 상환은커녕 생계 유지도 어려운 상황이다.

은퇴자의 마지막 선택, 생계형 자영업

최근 자영업 트렌드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고령층 자영업자의 증가다. 2007년 자영업자 중 고령층 비율이 46%였으나 2024년에는 65%까지 증가했다. 이는 50대에 은퇴한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현상을 반영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는 평균 52.8세에 주된 직장을 그만둔다. 문제는 이후 괜찮은 임금 근로 일자리에 재취업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많은 중년층이 생계형 자영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자영업 도전은 큰 위험을 안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창업 이전 17년 동안 관련 산업에 한 번도 종사해보지 않은 비율이 보건 및 사회서비스업의 경우 58%에 달한다. 이는 많은 은퇴자들이 전혀 경험이 없는 분야에서 자영업을 시작함을 의미한다.

고령 자영업자의 경제적 현실

이러한 무경험 창업의 결과는 참담하다. 고령 자영업자의 평균 49%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특히 동일 산업 종사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창업한 고령자의 경우, 최저임금 미만 저임금 노동 비율이 무려 83%에 달한다. 즉,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업자 유형최저임금 미만 소득 비율특징
고령 자영업자 평균49%장시간 노동, 낮은 수익
무경험 분야 창업 고령자83%극심한 저임금, 고용원 없음
소상공인 전체평균 영업이익 2,500만원소기업까지 포함한 통계

대출 만기 연장의 마지막 시간

코로나19 기간 중 자영업자들에게 제공된 대출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에 소상공인 대출 만기를 2025년 9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5월 기준으로 만기까지 약 4~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년 사이 대출 잔액이 100조원에서 58조원 정도로 정리됐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50조원이 9월까지 어떻게든 처리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만기 연장이 다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규모 부실화가 우려된다.

자영업자 금융 지원 제도 활용법

자영업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금융 지원 제도는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 보증부 대출이다. 전체 자영업자 자금 조달의 약 55%가 이를 통해 이루어진다. 지역신보는 소상공인의 채무를 보증해줌으로써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돕는 공공기관이다.

지역신보 보증 대출을 활용하면 제1금융권 기준 1.24%에서 4.86%포인트, 제2금융권 기준 9%에서 13%포인트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 이는 자영업자에게 상당한 금융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한다.

주요 금융 지원 프로그램

최근 지역신보에서 운영하는 주요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기업가형 소상공인 특례보증: 성장 가능성이 있는 소상공인 대상
  2. 재창업 특례 보증: 폐업 후 재창업하거나 휴업 후 영업을 재개하는 자영업자 지원
  3. 일사천리 재기 지원 프로그램: 채무 정리, 역량 강화 교육, 재도전 자금을 한 번에 지원

특히 ‘일사천리 재기 지원 프로그램’은 실패를 경험한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기 위한 종합 패키지로, 채무 정리부터 재창업 교육, 특례 보증, 1대1 사업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자영업자 위기, 사회 안전망의 역할

자영업자 대출이 1112조원을 돌파한 지금, 우리 사회는 심각한 자영업 위기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만기 연장 조치가 곧 종료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부실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생계형으로 자영업에 뛰어든 은퇴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신용보증재단과 같은 공적 금융 지원 제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이러한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금융 부담을 줄이고, 정부는 자영업자들이 단순히 대출로 버티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사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50대 이후의 일자리 문제, 은퇴 후 소득 보장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자영업이 ‘마지막 선택지’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과연 우리 사회는 자영업자 부채 문제와 은퇴자 빈곤 문제에 어떤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키워드

자영업자 대출, 은퇴자 창업, 최저임금, 지역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

해시태그

#자영업자위기 #1112조대출 #은퇴자창업 #소상공인지원 #지역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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